작성자 운영자(juhos) 작성일 08-04-07 03:11 IP  221.21.***.**
제목 주호성의 소식입니다. No   420
내용

장나라의 아시아통합음반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오늘은 저의 소식을 좀 전할까 합니다.
저는 요즈음 중국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장나라를 사랑해준 중국인에게 감사하는 저의 마음이기도 하고, 한동안 소원했던 저의 천직에 대한 도리이기도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중국에서 중국어로 연극을 공연하려 합니다. 특히 올해는 중국 연극탄생 101주년이라 올림픽 개최에 관계없이 중국 전역에서 많은 연극이 무대에 올려 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전에 저희도 묵었던 적이 있는 북경 왕푸징 하야트 호텔 근처의 선봉 극단에서 저의 이런 뜻을 알고 초청 공연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저의 연극은 오래 전에 작고하신 추송웅 선배님께서 ‘빠알간 피터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하셨던 프란츠 카프카의 일인칭 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서’라는 작품입니다.
인간생활에 익숙해진 한 늙은 원숭이의 인간에 대한 비판을 연기해 보려 하는 것입니다.
원숭이가 인간의 말을 표현하는 것이니 중국어 발음이 좀 서툴더라도 용서되리라는 것이 이일에 도전하는 저의 배짱입니다.

무대 위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일인극 공연입니다.
저로써는 ‘69년에 극단 ‘가장무대’의 ‘환타지 만’과 ‘88년에 극단 ‘산울림’에서 공연했던 ‘술’에 이은 세번째의 일인극입니다. 일인극 외에도 수많은 연극에 출연하여 왔습니다만, 외국어로 연기한다는 것은 정말 간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를 배우는 대학생쯤이 할 수 있는 도전이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대한민국의 연극배우를 자처해온 체면을 위해서라도 좋은 연극을 만들기에 있는 힘을 다할 것입니다.

1개월쯤 전에 연습을 시작했는데, 3년간의 중국생활로 배운 중국어 실력으로는 일상 생활 용어조차 손짓발짓을 동원해야 의사소통이 되는 정도이고보니, 카프카의 문학적 표현을 감당할 재간이 전혀 없습니다. 4성의 성조가 습관이 안된 저로써는 중국어 발음이 참으로 힘들군요.
게다가 이제는 기억력까지 나빠져서 한 페이지 대사 외우기가 쉑스피어나 부조리 극 한편의 대사 외우기보다 어렵군요. 그러고 보니 어느 절에 저도 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올림픽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에 이곳의 연극제와 일정을 맞추어 공연 날짜를 정했고, 극장도 정했습니다. 도망가거나 피할 수 없는 밥상이 되었습니다.
연출도 중국에서 사귄 훌륭한 분으로 정했습니다만, 아직은 존함을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분들의 명성으로 선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구요. 연습에 자신감이 좀더 생기면 밝히려 합니다.
중국의 관습대로 B팀과 C팀을 연출하여 중국 전역을 누비는 공연이 될것입니다.

올림픽 못지않은 도전이라 여기며, 저 자신을 극복하고 이겨보겠습니다.
이 또한 ‘장나라의 중국활동’에 비견되는 한,중교류의 한 몫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성원하여 주십시요.

주후 2008.4.7.
북경에서 주호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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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