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운영자(juhos) 작성일 07-02-27 14:33 IP  211.17.***.**
제목 야한 영화 이야기 No   352
내용

지난 주였다.
베이징에 있는 숙소로 장나라가 전화를 걸어 왔다.
“아빠…미안해 …나 그 영화 이야기 또 했다.”
장나라는 몇 년 전인가에도 ‘그 영화’ 이야기를 했었는데 방송녹화에서 또 ‘그 영화’에서 본 내 엉덩이 이야기를 하고 좀 미안했던 모양이다.
“미안할 것 없어…나는 지난날 먹고 사느라고 한일에 대해서 후회는 절대로 안 해..걱정하지마” 라고 이야기했지만 조금 창피한 건 사실이고, 사람들에게 변명도 하고 싶어졌다. 하기는….어떤 아버지가 딸에게 엉덩이를 보여주고 싶겠는가? 사실은 ‘그 영화’ 말고도 내가 출연한 야한 영화는 더러 있었다. 더 많은 그런 영화를 언급해주지 않는 것만도 감사하기는 하다.

‘그 영화’는 바로 곽지균 감독이 촬영한 ‘그 후로도 오랫동안’이라는 영화였다. 우리나라 대표적 여배우 강수연이 출연하였다. 지금 장나라가 방송에서 이야기해서 챙피함이 생긴 ‘그 영화’는 촬영 당시에도 나를 무척이나 난감하게 만들었던 영화다. 예전에 썼던 글 하나를 소개하면 그 당시의 난감함이 설명될까? 당시에 나는 연기생활 중에서 연극을 정말 좋아하고 몰입해 있었다. 그리고 연극이 생활인으로써 가장의 입장을 갖추어주지 못하는 부분에 대하여 영화 녹음의 수입이 체면을 살려주던 때였다. 낮에는 공연이나 연습을 하고 밤이면 컴컴한 영화 녹음실에서 날밤을 새워가며 정말 많은 배우들의 목소리를 녹음해 주었다. 그러다가 가까워진 영화 감독들은 곧잘 영화 출연을 제의했었다.

그 해에 내가 미국에 연극을 연출하러 가게 되었는데 곽지균 감독이 연락을 했다.
“미국 간다면서요? 제가 볼펜 값이라도 해 드려야죠. 하루만 촬영해주고 가요”
당시엔 외국여행 갔다 오면 기념품으로 볼펜이라도 돌려야 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나는 광능내에서 강수연, 정보석과 함께 하룻동안 ‘그 후로도 오랫동안’을 촬영했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좀 창피해야 했다. 그러나 곽지균 감독의 '그후로도 오랫동안'은 참으로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주후 2007.2.27. 주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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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추운데 매미는 울고(1996.4.10. 주호성 저. 여명출판사)” 100쪽>>

“아저씨, 빨리 올라와요”

월드 스타 강수연이 국민 학교 5학년이었으니까 벌써 십 수 년이 지났다.
그 때 극단 “고향”에서 ‘어두워질 때까지’라는 작품을 공연했는데, 탤런트 태민영이 신인급 연극 배우로 주인공의 남편 역을, 강수연이 이웃집 꼬마 아가씨로 출연을 했고, 나는 그 집의 장님 여주인을 마약 때문에 노리는 악역으로 등장하였다. 오드리 헵번이 출연하여 영화로도 잘 알려진 이 작품은 원래가 희곡으로 쓰여진 작품인데 우연히 마약을 보관한 바람에 장님 여주인공이 악당들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게 된다.
그 때만 해도 무대 경력이 짧았던 태민영이 2막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끄고 나와야 할 스탠드 전등을 켜 놓은 채 퇴장을 해 버린 것이다.
조명 플랜이 복잡하여 이 스탠드만큼은 벽의 전원에 직접 연결해서 그 자리에서 끄고 켜게 장치가 되어 있었다. 잠시 후 캄캄해져야 할 무대가 스탠드의 불로 훤하게 켜져 있을 판이니 무대 뒤에서 난리가 날 수 밖에 없었다.
꼬마 강수연은 그 때 공깃돌로 꺾기를 하고 있었다. 어린 그녀가 심심해 할까 봐 퇴장해 있는 시간이 비슷한 내가 같이 놀아 주고 있었던 게다. 손등에 다섯개의 공깃돌을 무사히 얹은 그녀가 물었다.
“왜들 저래요?”
“태민영 아저씨가 불을 안껐대.”
내 얘기를 들었는지 어쨌는지 그녀는 한 알도 안흘리고 앙팡지게 공깃돌을 꺾어 잡더니 “아저씨! 내가 이겼다아. 나 퇴장하면 아저씨 꿀밤 맞아야 돼.”라고 말했다.
아직 어리광이 안 가신 목소리로 쫑알거리더니 무대를 향해 콩당콩당 뛰어나갔다.
“아줌마 편지 왔는데요.” 원래 대본에 있는 대사를 귀엽고 힘차게 마친 그녀가 갑자기 스탠드 쪽으로 가더니 “어머! 쌤 아저씨는 오늘도 불 켜놓고 나갔네!”하고 딸깍 스위치를 꺼 버리는 게 아닌가.
“아유! 저 여우!”
무대 뒤에선 일시에 안도의 한숨과 놀라움으로 벌어진 입들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 새 그녀는 퇴장하여 그 조그만 주먹을 쥐고 내 곁에 섰다.
“아저씨! 꿀바암!”
나는 그녀가 기특해서도 기꺼이 꿀밤을 맞아 주었다.
그런 강수연을 다시 만난 건 ‘그 후로도 오랫동안’이라는 영화에서였다.
얄궂게도 내가 강간하는 역할을 맡았으니 어찌 난감하지 않겠는가?
촬영 장소인 광릉내 풀밭에 누운 성인 강수연의 몸 위에 엎드리기가 여간 쑥스러운게 아니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 모습이 어른거려 도무지 용기가 안 나 얼굴이 뻘개져 있는 나를 보고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바람에 겨우 그 장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아저씨! 괜찮아요. 빨리 올라와요. 연긴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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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