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관리자(rhksflwk) 작성일 04-06-28 16:28 IP  211.20.***.**
제목 숙녀 장나라 연기도 성숙 헤럴드경제 No   190
내용

숙녀 장나라 연기도 성숙

MBC `사랑을 할거야` 주연
엄마와 얽히고 설킨 사랑… 내면갈등 감동

스토커ㆍ장희빈 같은 `독한 역할`도 욕심

몇 년 전, 장나라의 등장으로 남자 중ㆍ고교생을 둔 학부모들은 한동안 속앓이를 해야 했다. 요정 같은 외모에 청아한 목소리의 그녀가 청소년들의 `학업 방해 요인` 1순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장나라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은 10대만이 아니었다.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스타로 거듭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당시 1집 음반 `퍼스트 스토리`를 들고 혜성같이 등장했던 장나라는 이미 틴에이저를 벗어난 나이임에도 어린 소녀 같은 풋풋한 청순함과 순진함으로 단숨에 대중의 마음을 훔쳤다.

그 후 4년, 스물네 살이 된 장나라는 대학까지 졸업한 어엿한 숙녀가 됐음에도 여전히 데뷔 초의 순수함이 가득 묻어난다. SBS `명랑소녀 성공기`, MBC `내 사랑 팥쥐`에서 보여 준 다소 엉뚱하면서도 톡톡 튀는 면면이 여전히 그녀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인터뷰 자리에서도 스스럼 없이 과자를 먹는 모습이라거나, 진솔한 자기 평가에 붙여 툭툭 던지는 직설적 단어 사용 등이 `장나라`를 있게 하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성숙`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었다.

12일 첫선을 보인 MBC 주말극 `사랑을 할거야`(극본 박지현ㆍ연출 이주환)에서 장나라는 연기를 통해 `성숙`이라는 또 다른 면을 드러냈다. 아직까지도 장나라에게 여고 교복을 입혀야 한다는 것이 거슬리기는 했지만 연기력 면에서는 한뼘 성장한 것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정의 폭발력이 대단했다. `사랑을 할거야`에서 분한 진보라는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만화가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여고 3년생이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첫사랑 하늘(연정훈 분)에 대한 사랑을 품고, 하늘의 아버지와 자신의 어머니가 인생의 마지막 사랑을 꽃 피우려는 것을 알고 고뇌하는 캐릭터다.

장나라는 "이번 드라마는 다른 작품을 할 때보다 심리적으로 긴장이 많이 되는데, 그 전에는 잘 모르고 했다면 지금은 연기라는 것이 뭔지 조금은 알 거 같아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다"고 연기에 대한 의식을 드러냈다. 장나라가 설명하듯 `많이 똑똑하고 냉철하고 바른 말도 잘하는` 진보라가 가슴속의 어둠을 절규로 뿜어내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연기가 늘었다` `발음이 정확해졌다` 등의 칭찬도 들려온다. 실제로 그녀의 개성이기도 한 어리광 부리는 듯한 말투가 여실히 잦아들었다. 참으로 장나라답다는 생각이 들게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는 그녀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존 그리샴의 `불법의 제왕` 같은 소설을 낭독하며 발음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한 걸음 더 나가 장나라는 "나도 독한 면이 있다"며 "장희빈 역을 무척 해 보고 싶고, 영화 `미저리`처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스토커 역도 해 보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닮고 싶은 연기자는 강부자와 김혜자. 고민이라면 "`야시시`하게 생기지 않은 것"이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거기에 따른 나름의 돌파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한편, 그녀의 인기만큼 안티팬들의 성화도 대단하다. `아버지의 조종을 받는 마리오네트 인형`이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는다. 장나라는 그에 대해 "수년간 연기 지도를 해 오신 아버지는 학생들에게도 연기란 자기가 찾아가는 것이라고 강의하시고, 자신에게도 전반적인 작품의 느낌에 대해 조언해 줄 뿐"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또 "그분들도 역시 관심이 있으니 싫은 소리도 해 주시는 것 같다. 저 역시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문화를 즐기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본래 문화라는 게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잖아요"라고 진지한 표정으로 답변했다.

`문화상품`으로서 자신의 캐릭터와 상품가치를 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가수와 연기자 영역을 넘나들며 `만들어진 스타`라는 일각의 비난을 나름의 강점으로 소화해 내겠다는 의지였다. 더불어 "노래와 연기 모두 감정을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소중하고 좋다. 둘 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뿜어냈다.

김태은 기자(tekim@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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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0